지속가능한 미래를 향한 전환, 그리고 변화하는 노동시장, 에너지 전환이 고용 지형을 흔들다
기후변화는 더 이상 막연한 경고가 아니다. 세계 곳곳에서 빈번해지는 폭염, 가뭄, 홍수와 같은 기상이변은 인간 사회가 직면한 실질적 위기임을 말해주고 있다. 이에 따라 세계 각국은 탄소중립을 향한 본격적인 여정을 시작했고, 핵심 전략으로 재생에너지 확대와 친환경 에너지 전환을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에너지 전환은 단순한 기술 교체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석탄, 석유 등 전통적인 에너지 산업이 중심이던 시대가 저물고, 태양광, 풍력, 수소, 에너지 저장장치(ESS) 등 새로운 산업군이 급부상하면서, 일자리의 형태와 분포, 요구되는 역량까지도 근본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이제 에너지 정책은 단순한 환경 이슈를 넘어 노동시장과 고용 구조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변수가 되었다.
사라지는 일자리, 새롭게 생기는 기회
에너지 전환은 기존 산업에 속한 일자리에 타격을 주는 동시에 새로운 분야의 일자리를 창출한다. 이 두 흐름은 동시에 진행되며, 산업구조 자체가 재편되는 전환기적 현상이 나타난다.
석탄·석유 중심 산업의 위축 전통적인 화석연료 산업은 발전소 운영, 채굴, 정유, 수송 등 다양한 하위 산업을 포함하며 상당한 일자리를 창출해왔다. 하지만 탄소 감축 목표에 따라 이러한 산업들은 점차 축소되고 있다.
독일은 2038년까지 모든 석탄화력발전소 폐쇄를 계획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수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으로 예측된다.
미국에서도 석탄광업 종사자의 수가 급격히 감소하고 있으며, 해당 지역은 고용 안정성을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
반면, 신재생에너지 산업에서는 설치·운영·유지보수·설계·기술 개발·데이터 분석 등 다양한 분야에서 새로운 일자리가 생겨나고 있다. 특히 태양광과 풍력 산업은 설치 단계에서부터 유지보수에 이르기까지 고용 창출 효과가 높다.
국제재생에너지기구는 2023년 보고서에서 전 세계 재생에너지 분야의 고용이 약 1,360만 개에 달한다고 밝혔다.
2030년까지는 3천만 개 이상의 일자리가 생길 것으로 전망되며, 이 수치는 기존 화석연료 산업 일자리 감소를 상쇄하고도 남을 수준이다.
기술 중심의 ‘그린 직업’이 뜬다
새로운 에너지 시대의 일자리는 기존 산업과는 다른 기술적 역량을 요구한다. 단순 기능직 중심의 고용에서 벗어나, 기술, 엔지니어링, 데이터 분석, 환경 설계 등 복합적이고 융합적인 능력이 요구된다.
태양광 설치 및 유지보수 기술자, 주택·산업용 태양광 패널 설치, 전력 계통 연계, 효율 진단 등 수요 증가, 미국 노동부는 향후 10년간 가장 빠르게 성장할 직업군 중 하나 이다.
풍력터빈 기술자 및 엔지니어, 해상풍력 단지 확장에 따라 고소 작업, 터빈 정비 기술자 수요 급증
에너지 효율 컨설턴트 ,기업과 가정에 맞춤형 에너지 절감 방안을 제안하는 전문 인력, 건축, HVAC 시스템, 스마트 홈 연계 등 다양한 지식 필요
수소 인프라 기술자 및 연구자 수소 저장 및 운송, 연료전지 시스템 설계, 안전 관리 등, 특히 수소경제 확산에 따른 핵심 인력으로 부상하고 있다.
그린 소프트웨어 개발자 에너지 관리 시스템(EMS), 스마트 그리드, 전력 사용 최적화 소프트웨어 개발, ICT와 에너지의 융합 산업 성장과 함께 수요 증가
단순히 새 일자리가 생긴다고 끝이 아니다. 기존 산업에 종사하던 노동자들이 새로운 기술을 익혀 전환될 수 있도록 재교육과 직무 전환 정책이 병행되어야 한다. 이 때문에 에너지 전환은 단순히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사람’의 문제이며, 교육과 정책이 함께 움직여야 가능한 일이다.
지역경제와 고용의 균형 재편
친환경 에너지 산업은 지역 분산형 특성을 지니고 있다. 이는 곧 수도권 중심의 산업 집중에서 벗어나, 지방 소도시나 농어촌 등 다양한 지역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수 있는 구조를 뜻한다.
지방에 생기는 새로운 일자리
태양광과 풍력 발전소는 넓은 부지를 필요로 하기에 주로 지방에 설치된다.
해상풍력의 경우 해안 인근 소도시가 부두·항만 개발, 유지보수 거점으로 발전 가능, 이에 따라 에너지 기반 인프라 구축, 정비, 관련 중소기업 육성 등이 동시에 일어나며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
전북 군산, 전남 신안, 경북 영덕 등은 해상풍력·그린수소 중심으로 에너지 클러스터를 형성해 새로운 고용 생태계를 조성하고 있다.
그러나 모든 지역이 고르게 수혜를 보는 것은 아니다. 기존 화석연료 중심 산업이 집중됐던 지역은 고용 상실의 위협에 놓여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역 맞춤형 전환 지원 정책이 필요하다.
석탄 산업 종사자에 대한 전직 교육, 재정 지원, 새로운 산업을 위한 인프라 투자 유치, 지자체와 연계한 창업 및 소상공인 육성 등
지역 균형 발전과 에너지 전환은 함께 가야 한다. 이를 통해 단지 환경을 위한 전환이 아닌 사람을 위한 전환을 완성할 수 있다.
에너지 전환, 사람 중심으로 생각해야 할 때 이다.
친환경 에너지로의 전환은 단지 이산화탄소를 줄이는 것을 넘어, 경제와 고용, 사회 구조 전반에 영향을 주는 대전환이다. 이 과정에서 새로운 기술이 주도하는 일자리는 기회이지만, 기존 일자리의 소멸은 위기이기도 하다.
따라서 진정한 의미의 녹색 전환은 기술 중심이 아니라 사람 중심이어야 한다.
정부는 일자리 전환에 대한 체계적 전략을 마련해야 하고, 기업은 새로운 인재를 키울 준비를 해야 하며, 개인은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해 자기 역량을 키워야 한다.
친환경 에너지 시대는 이미 시작됐다.
이제는 어떤 에너지를 쓸 것인가의 문제를 넘어, 누가 어떻게 그 에너지를 통해 살아갈 것인가의 문제로 확장되고 있다.
친환경 에너지, 이제는 일자리를 바꾸고, 우리의 삶을 바꾸고 있다.